영국 미술관 테이트 모던의 ‘위선’

박효재 기자
영국 런던 남부 뱅크사이드에 위치한 현대미술관 테이트 모던의 전경. 테이트 모던 홈페이지

영국 런던 남부 뱅크사이드에 위치한 현대미술관 테이트 모던의 전경. 테이트 모던 홈페이지

영국의 유명 현대미술 전시관 테이트 모던이 대규모 정리해고를 고수하면서 위선을 드러냈다는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테이트 모던이 강조해온 상생과 공존의 가치와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테이트 모던이 코로나19 여파를 극복하기 위한 명목으로 영국 정부로부터 받은 지원금 700만파운드 중 10%를 정리해고 노동자 복귀에 써야 한다고 촉구하는 공개서한에 300명 이상의 예술가들이 서명했다고 9월 15일(현지시간)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서한에 서명한 예술가 중에는 영국 최고 권위의 현대미술상 터너상 수상자도 다수 있다. 이들은 서한에서 “다문화, 다언어, 저소득층 노동자들이 어떤 조치도 없이 예술계에서 제외되게 됐다”고 지적했다.

테이트 모던은 지난 8월 소매·케이터링 사업 부문인 테이트 엔터프라이즈 소속 노동자 313명을 정리해고 했다. 이에 반발해 파업을 벌이고 있는 테이트 모던 노동자들은 해고된 노동자 중에는 특히 저소득층, 흑인 등 사회적 소수자 비율이 높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이들이 안게 됐다고 지적했다.

테이트 모던은 방문객 급감에 따른 고육지책이며 경영진도 자진해서 연봉 10% 삭감을 받아들이는 등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파업 노동자들은 위기 와중에도 경영진이 수십만 파운드 연봉을 포기하지 않는 것은 위선이라고 지적하면서 파업을 이어나가겠다며 맞서고 있다.

상생의 아이콘으로 여겨졌던 테이트 모던으로서는 치욕스러운 비판이라고 할 만하다. 테이트 모던이 자리한 런던 남부 뱅크사이드는 원래 개발이 지체된 빈곤 지역이었다. 그랬던 이 지역의 발전소가 현재 형태의 미술관으로 리모델링되고, 그 앞에 템스강을 연결하는 다리가 놓이면서 관광명소가 됐다. 테이트 모던에는 피카소, 앤디 워홀, 살바도르 달리, 백남준 등 우리에게도 익숙한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다수 전시돼 있다. 내부가 넓어 세계 유명 설치미술 작가들이 꼭 전시하고 싶어하는 곳이기도 하다.

테이트 모던은 예술로 낙후된 지역을 부흥시키고 상생의 가치를 실현한 모범 사례로 자주 언급되곤 한다. 그런 명성에 걸맞게 지난 8월에는 코로나19로 100만 예술 노동자들이 위기에 처했다는 것을 알리고 정부에 지원과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건물 전체 조명을 빨간 불로 채우는 캠페인에 동참하기도 했다.

테이트 모던 파업 노동자들은 오랜 후원자였던 앤서니 도페이의 위선적 행태까지 언급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테이트 모던은 2018년 도페이의 여성 추행·학대 의혹이 불거지자 후원 관계를 끊었다가 재개한 적이 있다. 도페이가 과거 소셜미디어에 흑인 비하 캐릭터 ‘골리워그’를 들고 찍은 사진을 올렸던 사실이 드러나자 관계를 완전히 끊었다. 도페이는 미국의 흑인 인권 존중 캠페인 ‘블랙 라이브스 매터(Black Lives Matter)’를 지지했던 인물이다. 파업 노동자들은 여러 논란에도 도페이의 후원금을 받아온 테이트 모던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고용인력을 유지할 여력이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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