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 시 대규모 토사·비료 한강수계 하천 유입 부유물질·인, 수생태계 파괴·녹조 번성 영향 매년 되풀이···“남·북한강 본류에 영향”
안반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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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23일 강원도 강릉시 왕산면 안반데기 고랭지밭 모습/사진 = 이준영 기자
#강원도 강릉시 왕산면에 위치한 ‘안반데기’는 높은 산비탈에 대규모의 고랭지 밭이 펼쳐져 있다. 600만㎡에 달하는 이곳은 국내 최대 고랭지 배추밭이자 관광지다. 하지만 이 곳은 한강수계 하천 오염의 주범이기도 하다. 안반데기 고랭지 밭에 비가 오면 농약과 비료가 섞인 다량의 흙이 인근 대기천으로 쓸려 들어가 수질을 오염시키고 수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토사와 비료가 유입되면서 하천 내 부유물질(SS)과 녹조를 번성하게 만드는 인·질소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오염된 대기천은 송천과 만나 동강을 통해 남한강으로 흘러간다.
고랭지 밭 토사·비료유출은 한강수계를 오염시키는 대표적 비점오염원이다. 전국 고랭지밭의 90%가 강원도에 있고 대부분 한강수계 인근에 접해있다.
16일 환경부·지자체에 따르면 비점오염원관리지역으로 지정·관리되는 대표적인 강원도 고랭지밭 지역은 △대기지구(강릉시 왕산면) △도암호 유역(평창군 대관령면) △골지천 유역(정선군 임계면 등) △만대지구(양구군 해안면) △가아지구(인제군 인제읍) △자운지구(홍천군 내면) 등 6곳이다. 이 곳들의 고랭지밭 규모는 5000만㎡로 전체 경작지의 절반 이상에 달한다.
실제로 이들 지역 인근 하천 오염도는 비가 오면 매우 악화된다. 원주지방환경청(원주청) 의뢰로 허우명 강원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가 수행한 ‘도암호 비점오염원 관리지역 모니터링 및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도암댐 유입수인 송천(대관령면 수하리 142-12) 지점은 비가오지 않을 경우 부유물질 83.1㎎/L, 총인(물 속 인의 총량) 0.161㎎/L였다. 이는 하천 환경기준 상 부유물질은 ‘약간 나쁨’, 총인은 ‘보통’ 등급에 해당한다.
하지만 비가 온 2018년 8월 23일과 24일 해당 지점의 부유물질 유량가중평균농도는 1382㎎/L로 16배, 총인은 1.6㎎/L로 10배 치솟았다. 부유물질과 총인 모두 환경기준 상 가장 열악한 상태인 ‘매우 나쁨’ 기준치를 크게 넘었다. 해당 지점이 속한 도암호 비점오염원관리지역에는 790만㎡의 고랭지 밭이 위치해 있다.
정부·지자체의 미흡한 대응과 농민들이 쓸려간 토사만큼 다시 흙을 퍼오고 농약·비료를 과다 사용해 이러한 문제는 매년 반복되고 있다. 원주청은 2020년 발간한 ‘비점오염원관리지역 모니터링 및 평가 보고서’를 통해 2020년 6월 송천(대관령면 수하리 108-1) 지점은 비가 온 7월 23일에서 7월 26일 사이 부유물질과 총인 모두 급증해 매우 나쁨 단계로 악화되는 현상이 되풀이됐다고 밝히고 있다.
다른 고랭지밭 인근 하천 상황도 비슷하다. 강원도 홍천군 내면 자운지구의 자운천은 2020년 기준 비강우 시 평균 부유물질 농도가 13.9㎎/L에서 강우 시 부유물질 유량가중평균농도 129.2mg/L로 9배 치솟았다. 총인도 비강우시 0.099㎎/L에서 강우시 0.296㎎/L로 급증했다. 소양호 상류 비점오염원관리지역인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의 만대천 물골교 지점 또한 비가 내린 2020년 5월 8일에서 5월 10일 사이 부유물질과 총인 모두 매우 나쁨 단계로 악화됐다.
해안면의 한 이장은 “비점오염원 발생 지역 규모에 비해 침사지 용량·개수가 부족하고 관리도 잘 안 돼 흙탕물 저감 효과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강수계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고랭지 밭 토사·비료유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우명 강원대 교수는 “강원도 비점오염원관리지역에서 발생하는 흙탕물은 수생태계를 파괴하고 남북한강 본류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상류를 깨끗하게 관리할수록 전체적 물 관리가 쉬워진다. 고랭지 밭 흙탕물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운천 강우시 비강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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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홍천군에 위치한 자운천의 2020년 비강우시(위)와 강우시(아래) 인근 고랭지밭 토사유출 영향 차이 모습. 임경재 강원대 지역건설공학과 교수는 원주청·표토환경전략연구단과 함께 연구한 ‘고랭지밭 토사유출 현황 및 저감방안’을 통해 비가 오자 자운천의 부유물질 유량가중평균농도는 비강우시 대비 9배, 총인 농도는 약 3배 급증했다고 밝혔다. / 제공=임경재 강원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