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A-한강을 살리자②] 한강 상류 오염 주범 ‘고랭지 밭 탁수’

기사승인 2022. 03. 17. 06:0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강우 시 대규모 토사·비료 한강수계 하천 유입
부유물질·인, 수생태계 파괴·녹조 번성 영향
매년 되풀이···“남·북한강 본류에 영향”
안반데기
2021년 12월 23일 강원도 강릉시 왕산면 안반데기 고랭지밭 모습/사진 = 이준영 기자
#강원도 강릉시 왕산면에 위치한 ‘안반데기’는 높은 산비탈에 대규모의 고랭지 밭이 펼쳐져 있다. 600만㎡에 달하는 이곳은 국내 최대 고랭지 배추밭이자 관광지다. 하지만 이 곳은 한강수계 하천 오염의 주범이기도 하다. 안반데기 고랭지 밭에 비가 오면 농약과 비료가 섞인 다량의 흙이 인근 대기천으로 쓸려 들어가 수질을 오염시키고 수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토사와 비료가 유입되면서 하천 내 부유물질(SS)과 녹조를 번성하게 만드는 인·질소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오염된 대기천은 송천과 만나 동강을 통해 남한강으로 흘러간다.

고랭지 밭 토사·비료유출은 한강수계를 오염시키는 대표적 비점오염원이다. 전국 고랭지밭의 90%가 강원도에 있고 대부분 한강수계 인근에 접해있다.

16일 환경부·지자체에 따르면 비점오염원관리지역으로 지정·관리되는 대표적인 강원도 고랭지밭 지역은 △대기지구(강릉시 왕산면) △도암호 유역(평창군 대관령면) △골지천 유역(정선군 임계면 등) △만대지구(양구군 해안면) △가아지구(인제군 인제읍) △자운지구(홍천군 내면) 등 6곳이다. 이 곳들의 고랭지밭 규모는 5000만㎡로 전체 경작지의 절반 이상에 달한다.

실제로 이들 지역 인근 하천 오염도는 비가 오면 매우 악화된다. 원주지방환경청(원주청) 의뢰로 허우명 강원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가 수행한 ‘도암호 비점오염원 관리지역 모니터링 및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도암댐 유입수인 송천(대관령면 수하리 142-12) 지점은 비가오지 않을 경우 부유물질 83.1㎎/L, 총인(물 속 인의 총량) 0.161㎎/L였다. 이는 하천 환경기준 상 부유물질은 ‘약간 나쁨’, 총인은 ‘보통’ 등급에 해당한다.

하지만 비가 온 2018년 8월 23일과 24일 해당 지점의 부유물질 유량가중평균농도는 1382㎎/L로 16배, 총인은 1.6㎎/L로 10배 치솟았다. 부유물질과 총인 모두 환경기준 상 가장 열악한 상태인 ‘매우 나쁨’ 기준치를 크게 넘었다. 해당 지점이 속한 도암호 비점오염원관리지역에는 790만㎡의 고랭지 밭이 위치해 있다.

정부·지자체의 미흡한 대응과 농민들이 쓸려간 토사만큼 다시 흙을 퍼오고 농약·비료를 과다 사용해 이러한 문제는 매년 반복되고 있다. 원주청은 2020년 발간한 ‘비점오염원관리지역 모니터링 및 평가 보고서’를 통해 2020년 6월 송천(대관령면 수하리 108-1) 지점은 비가 온 7월 23일에서 7월 26일 사이 부유물질과 총인 모두 급증해 매우 나쁨 단계로 악화되는 현상이 되풀이됐다고 밝히고 있다.

다른 고랭지밭 인근 하천 상황도 비슷하다. 강원도 홍천군 내면 자운지구의 자운천은 2020년 기준 비강우 시 평균 부유물질 농도가 13.9㎎/L에서 강우 시 부유물질 유량가중평균농도 129.2mg/L로 9배 치솟았다. 총인도 비강우시 0.099㎎/L에서 강우시 0.296㎎/L로 급증했다. 소양호 상류 비점오염원관리지역인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의 만대천 물골교 지점 또한 비가 내린 2020년 5월 8일에서 5월 10일 사이 부유물질과 총인 모두 매우 나쁨 단계로 악화됐다.

해안면의 한 이장은 “비점오염원 발생 지역 규모에 비해 침사지 용량·개수가 부족하고 관리도 잘 안 돼 흙탕물 저감 효과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강수계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고랭지 밭 토사·비료유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우명 강원대 교수는 “강원도 비점오염원관리지역에서 발생하는 흙탕물은 수생태계를 파괴하고 남북한강 본류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상류를 깨끗하게 관리할수록 전체적 물 관리가 쉬워진다. 고랭지 밭 흙탕물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운천 강우시 비강우시
강원도 홍천군에 위치한 자운천의 2020년 비강우시(위)와 강우시(아래) 인근 고랭지밭 토사유출 영향 차이 모습. 임경재 강원대 지역건설공학과 교수는 원주청·표토환경전략연구단과 함께 연구한 ‘고랭지밭 토사유출 현황 및 저감방안’을 통해 비가 오자 자운천의 부유물질 유량가중평균농도는 비강우시 대비 9배, 총인 농도는 약 3배 급증했다고 밝혔다. / 제공=임경재 강원대 교수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