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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민(64) 작가는 한국?베트남 수교 직후인 1993년부터 베트남을 30여 차례 이상 여행했다. 그는 국내에 살고 있는 베트남사람들에게 그림으로 위로와 향수를 달래주고 싶었다.
 김재민(64) 작가는 한국?베트남 수교 직후인 1993년부터 베트남을 30여 차례 이상 여행했다. 그는 국내에 살고 있는 베트남사람들에게 그림으로 위로와 향수를 달래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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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민(64) 작가는 한국‧베트남 수교 직후인 1993년부터 베트남을 30여 차례 이상 여행했다. 흔히 말하는 베트남 전문가다. 그는 여행에서 만난 풍경을 화폭에 담아왔다. 우리나라에 온 베트남 이주민에게 추억과 위로를 전해주고 싶은 마음, 그가 베트남 수채화를 그리는 이유다.​ 

베트남 전문가, 한 나라만 30번 이상 여행

최근 인천 미추홀구 연정갤러리&코라손 카페에서는 조금 특별한 전시회가 열렸다. 한국·베트남 수교 3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화목한 다문화 사회를 위한 베트남 수채화 전시회'다. 김재민 작가가 30년 동안 베트남을 여행하며 느꼈던 매력이 화폭에 모두 담겼다.

그가 베트남을 여행지로 선택하고 베트남에 관한 그림만을 그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제가 지리 전공자라서 여행을 좋아해요. 그런데 해외 여행지로 한 곳을 다닐 것인지 여러 나라를 다닐 것인지를 고민했죠. 그러다 전문성을 키우고 싶어 한 나라를 다니기로 결정했고요. 그중 가장 끌렸던 나라가 베트남이에요. 우리나라와 피로 얽힌 나라이기도 하니 마땅히 알아야 할 땅이라고 생각했죠."

여행 초반, 베트남은 여행자를 위한 나라가 아니었다. 지금처럼 관광지라는 개념이 없었다. 모든 풍경에 가공되지 않은 원초적 순수함이 그대로 남아 있었고, 삶의 모습도 우리의 예전 모습과 많이 닮아 있었다.

"전쟁이 끝나고 정리되지 않은 느낌이랄까요. 우리나라에서 예전에 봤던 풍경이 그대로 펼쳐져 있는 거예요. 구두닦이 소년도 많았고, 메콩 강변을 배 타고 가다보면 저를 따라오며 만져보고 신기해하는 아이들도 많았어요. 아이들의 밝고 순수한 모습엔 생기가 살아있었죠. 그런 점들이 매우 끌렸어요."

혼자 다니던 여행길은 아차 싶을 때도 더러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30여 차례 넘게 베트남을 오가며 모은 자료는 세 권의 가이드북으로도 만들어졌다.

"한번은 한국인들이 사용하던 군부대를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 사진을 찍었어요. 그러다 그곳 헌병대가 저를 오해해 이틀 동안 붙잡혀있던 적도 있었죠. 이런저런 일들도 많았지만 다녀온 시간과 자료들이 고스란히 쌓여 베트남 전문가가 됐습니다. 덕분에 방송국 테마여행 프로그램 베트남 편에도 출연했었고요."
 
김재민 작가가 30년 동안 베트남을 여행하며 느꼈던 매력이 화폭에 모두 담겼다.
 김재민 작가가 30년 동안 베트남을 여행하며 느꼈던 매력이 화폭에 모두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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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민 작가가 30년 동안 베트남을 여행하며 느꼈던 매력이 화폭에 모두 담겼다.
 김재민 작가가 30년 동안 베트남을 여행하며 느꼈던 매력이 화폭에 모두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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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생활상 담긴 그림, 이민자들에게 건네는 그의 위로 ​​

김재민 작가는 인천 송도고등학교 재직 당시 퇴임 5년 전부터 그림공부를 시작했다. 어린 시절부터 그림을 좋아했고 언젠가는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생각을 늘 품고 있었는데 그 시기를 정년퇴임 후로 정했기 때문이다.

베트남을 그림 주제로 정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그중 하나는 베트남을 좋아하며, 잘 알아서였고 또 하나는 베트남 여행 중 자연스럽게 느껴진 책임감 때문이었다.

"베트남 중부지방을 여행했는데 한국 사람이라고 하니 돌아가란 말부터 하더군요.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이 참여했던 격전지였고 민간인의 희생이 많아 격분했던 것이지요. 또 지원 나간 한국군의 베트남 2세들도 많아서 그런 걸 접하다 보니 뭔가 책임감이 느껴지더라고요."

베트남 여성들이 우리나라에 결혼이민자로 들어오기 시작한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됐다. 한국을 동경해 낯선 곳에 시집와 시부모님 모시고 살면서, 아이 키우며 살아가는 모습이 그의 눈엔 예사로 보이지 않았다.

"민간인이지만 베트남 사람들에게 뭔가 도움이 되고 싶었어요. 그게 베트남을 그림으로 그린 계기가 됐어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림을 보며 다문화에 대해 생각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고, 베트남 사람들은 그림을 통해 향수를 달래고 위로도 받았으면 하는 생각으로요."​ 
 
김재민 작가가 베트남 아이들과 함께 찍은 사진.
 김재민 작가가 베트남 아이들과 함께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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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작가의 그림 속엔 베트남의 생활상이 가득 담겨있다. 그중에서도 그가 가장 좋아하는 주제는 '가족'이다. 바나나를 팔고 손주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는 할머니, 수산 시장. 소수부족 등 그림을 통해 베트남의 생활과 문화, 역사 등도 엿볼 수 있다.

"여행하면서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가 그 나라 사람들 가족 모습이에요. 우리나라 옛 가족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었어요. 한때 우리나라도 파독된 간호사와 광부들이 많았잖아요. 모두 가족을 위해 타국에 나가 고생한 분들이죠. 베트남 사람들도 우리나라에 와서 고생하는 이유 중 하나가 고국에 있는 가족 때문이지요. 그런 면에서 이런 분들께 그림으로 위로를 건네고 싶었어요."

전시회 통해 더 많은 베트남인들과 만나고 싶어

그는 2019년 안산 다문화지원본부 초대전을 비롯해 2019년, 2021년까지 인천 근로자 종합 예술제와 인천국제 아트페어 부스전 등 다양한 전시회를 이어왔다. 코로나19 유행 이전에는 다문화 축제나 베트남인들이 많이 모이는 행사를 찾아 그림을 선보였다. 또 얼마 전에는 KBS <동행>이란 프로그램을 통해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우리나라에 와 밝게 살아가는 베트남인 가정을 보고 그림을 직접 선물하기도 했다. 힘과 위로를 건네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림을 선물받은 베트남인이 무척 좋아했어요. 이런 활동도 계속하려고 생각 중이에요. 그림 전시회의 목적도 위로와 향수를 달래주기 위한 것이죠. 앞으로는 지금까지 그려왔던 생활상에 예술성을 살짝 입혀 그들이 그림을 통해 예술적인 체험도 할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김재민 작가는 얼마 전에는 KBS <동행>이란 프로그램을 통해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우리나라에 와 밝게 살아가는 베트남인 가정을 보고 그림을 직접 선물하기도 했다. 힘과 위로를 건네고 싶었기 때문이다.
 김재민 작가는 얼마 전에는 KBS <동행>이란 프로그램을 통해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우리나라에 와 밝게 살아가는 베트남인 가정을 보고 그림을 직접 선물하기도 했다. 힘과 위로를 건네고 싶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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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작가는 앞으로 지방이나 베트남 현지에서도 전시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최근엔 페이스북(facebook)에도 그림을 자주 올린다. 베트남인들이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피드백이 바로 오기 때문에 기쁨도 있고 보람도 느껴요. 저로선 베트남 사람들에게 그림이 많이 알려지는 게 의미 있어서 자주 이용하고 있지요. 전시회 효과도 있고, 페이스북을 보고 전시회를 직접 찾아오는 사람도 많거든요."

그는 "현재 베트남 이주민을 비롯해 동남아 사람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없으면 곤란한 상황이 됐다"며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차별없이 더불어 화목하게 잘 살아가는 문화를 만들어나가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김지숙 I-view 객원기자 jisukk@hanmail.net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천시 인터넷신문 'i-View'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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