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논란 속에 새 수익 구조 ‘고심’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게임 산업 관련 공약 발표를 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사진=뉴스1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게임 산업 관련 공약 발표를 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사진=뉴스1

◆기사 게재 순서

① ‘확률형 아이템’ 역사 속으로 사라질까 
② 게임업계, P2E로 살 길 찾는다
③ “게임도 이제는 스포츠”… e스포츠 ‘탄탄대로’


국내 게임업계는 기존 페이투윈(Pay to Win·P2W) 수익모델을 두고 고심 중이다. 주요 과금 모델인 확률형 뽑기 아이템 모델에 대한 이용자들의 불만이 크기 때문이다. P2W 시스템은 게임에서 승리하는 데 필요한 혜택(아이템)을 현금으로 구매해야 이길 수 있는 구조의 게임이다. 2000년대 후반 이후 한국 게임업계들 대부분이 ‘확률형 아이템’을 통해 P2W 방식을 적용하며 ‘한국형 게임’의 수익 모델로 굳건히 자리 잡았다.


최근 확률형 아이템 이슈가 터지면서 P2W 방식이 적용된 게임은 이용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P2W에 대한 반발이 커지면서 한국 게임사들은 앞다퉈 페이투언(P2E : pay to earn) 과금 모델로의 대전환에 나서게 됐다. P2E 방식은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새로운 방식에 이용자들의 주목을 받게 되었기 때문이다. P2E 모델의 핵심은 유저가 돈과 시간을 투자해 얻은 게임상의 재화를 실제로 ‘현금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야 더 강한 캐릭터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은 P2W과 동일하지만 게임 밖의 세계에서 환금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메타버스와 연결되기도 한다.


수년간 페이투윈(Pay to Win·P2W) 모델 중심이던 게임사들은 P2E 모델을 통해 유저도 게임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공생관계를 시도하고 있다. 이용자는 주체로서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얻는 아이템을 이용해 수익을 벌 수 있다.


한국 P2E 게임의 선두 주자로 알려진 위메이드는 지난해 출시한 대규모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미르4’가 큰 성공을 거둬 국내에서 P2E 게임 열풍을 몰고 왔다. 이어 ‘미르4 글로벌’도 성공시키며 시장 잠재력을 확신하게 됐다. 지난해 8월 선보인 미르4 글로벌은 출시 두 달 만에 동시 접속자 수 100만명을 돌파하고 그해 4분기 평균 월간 이용자 수(MAU)가 620만명에 달했다. 위메이드를 통해 P2E 게임의 성공 가능성을 엿본 게임사들도 사업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규제에 막힌 P2E… 이번엔 해결될까

국내에선 게임 이용자가 P2E 게임을 즐길 수 없다.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사행성을 이유로 P2E 장르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최초 P2E 게임인 ‘무한돌파삼국지 리버스’도 이 같은 이유로 게임위의 제재를 받아 금지됐다. 현재 법적 분쟁이 진행되고 있다. ‘무한돌파 삼국지 리버스’는 무과금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입소문을 타며 인기 애플리케이션 2위까지 올랐지만  등급보류 판정을 받았고 앱마켓에서 결국 퇴출됐다. 개발사 나트리스가 게임위를 상대로 “등급보류 결정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에 나섰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가상 자산(암호화폐)시장에서 메타버스와 함께 P2E가 인기 테마로 떠오르면서 관련 게임 출시 및 제작이 이어지고 있지만 전방위적인 규제에 P2E 게임들의 국내 진출은 완전히 막혀있다.


글로벌 시장에선 이미 P2E 게임이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과 대비된다. 규제가 전 세계적인 게임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며 국내 게임 시장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업계가 P2W의 대안으로 내세운 P2E를 무조건 사행성으로 모는 것도 구시대적 발상”이라며 “해외에서 위메이드의 미르4 글로벌 버전이 성과를 내는 상황에서 P2E 관련 사업에 뛰어들지 않을 게임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 완화와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규제로 국내 게임사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도 우려된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P2E 게임이 글로벌 트렌드로 떠오르며 새 먹거리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낡은 규제가 성장 기회를 막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P2E 게임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게임 및 블록체인 업계 전문가들은 “20년 가까이 된 낡은 규제를 지금까지 적용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새 정부, 명확한 가이드라인 제시해야

지금까지 당국은 P2E 게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고 사실상 방치해 왔다. 게임 등급을 심의하는 게임물관리위원회는 현행법상 불법이라는 입장 외에 특별한 의견을 내지 않았다. 게임위는 사행성을 근거로 P2E 게임 심의를 거부하고 있다.


P2E 게임에 접근하는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현재의 규제가 유저를 보호하는 법인지 게임 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지도 판단하기엔 이르다. 이미 형성된 시장을 외면할 수도 없다. 게임 산업이 P2E를 통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물론 가상세계와 현실과의 관계 설정 그리고 현실 경제에 끼치는 문제까지 모두 아울러 고민해야 한다. ‘P2E’ 게임에 대한 명확한 정부의 가이드라인의 마련이 시급한 셈이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게임위가 블록체인 게임에 유보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전 세계는 성장하고 있는데 한국만 제자리걸음이라 업계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기준이라도 명확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P2E 게임, 블록체인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게임사들은 한국을 제외한 글로벌 진출에 속력을 내고 있다. 게임 산업의 변화 속에서 ‘게임 강국’ 한국이 규제 완화를 통해 신산업을 주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도 P2E 장르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P2E 게임은 대체불가능한토큰(NFT)이 등장하고 메타버스가 구현돼 이미 산업화가 예고된 상황”이라며 “제도가 기술과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면 미래 산업을 선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규제를 집중 논의하고 결론을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새 정부가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