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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유성복합터미널 위에 ‘국민전시박물관’을

권혁필 대전테크노파크 감사팀장(경영학박사)

(대전=뉴스1) | 2022-03-16 06:00 송고
권혁필 팀장 © 뉴스1
필자는 과거 대전시청의 전문직(계약직) 민자유치팀장으로서 천변고속화도로 외자유치 및 도시철도 민자유치 사업의 실무를 담당하여 각각의 프로젝트를 마무리 한 경험이 있다. 당시 협상 파트너로 김&장 법률사무소와 모건스탠리 등 국내외 유수한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면서 사업 리스크(위험)를 대전시에 전가하려는 건설사들의 컨소시엄에 맞서 보다 유리한 전략을 구상하고 관철시켰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또한 2008년께 당시 동구 용전동의 대전고속버스터미널 시설이 매우 낙후되어 불편하다는 시민들의 민원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대전 인근에 신세계 아웃렛 조성 부지를 물색하러 자주 방문하였던 신세계 투자팀과 지역 곳곳을 다니며 쌓은 친분관계로 자연스럽게 고속버스터미널 경영진과의 만남을 주선하여 복합터미널 리모델링 사업에 신세계의 투자를 이끌어 내는 가교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필자의 과거 경험과 기억에서 비롯된 관내 대형사업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더해져 현재 어려움에 봉착하고 있는 유성복합터미널 공영개발 사업의 성공을 바라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의견과 아이디어를 제시하고자 한다.

2011년부터 계속하여 사업이 표류하던 유성복합터미널 사업은 지난해에 대전도시공사에서 재기획하여 주로 주거용 오피스텔과 지식산업센터로 33층 규모, 총사업비 약 6000억원으로 다시 사업을 추진하려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물론 나름 현재의 여건과 사업의 성공가능성 등을 종합 분석하여 어렵게 내린 결론이겠지만 공영개발 사업의 시급성과 위상 등을 고려하여 볼 때 아직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은 시점이므로 다양한 그림을 그려보고 위·아래 입체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미래의 손실과 재정위험을 줄일 수 있기에 대형프로젝트 경험자로서 의견을 피력하고자 한다.

필자가 우려하고 있으며, 대전도시공사에서 보다 더 철저하게 검토하여 주기를 바라는 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고속버스와 시외버스 터미널 위에 주상복합 또는 주거용 오피스텔 건립의 적정성 여부이다. 터미널 위에 주거용 건물이 완공되어 현재 거주하고 있는 국내 각 도시의 사례는 필자의 조사 결과 단 한 곳도 없었다. 다만, 대전시의 경우처럼 현재 터미널 부지에 주상복합 건설을 계획중인 도시는 청주, 창원, 충주, 오산 등 몇몇 도시에서 추진하고 있을 뿐이다.

필자의 지인들 중 대형 버스터미널을 실제 운영(경영)하는 분들의 의견을 받아 본 결과 터미널 주변은 주야로 발생되는 버스 소음과 배기가스 공기오염 등으로 사람이 거주하는 환경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둘째, 주거용 오피스텔이라도 1가구 1주택에 포함되므로 소위 ‘똘똘한 한 채’가 되지 않을 것이 거의 확실시 되는 터미널 위 주거단지의 분양 위험성을 잘 따져봐야 한다. 대전시는 최근 수년간 인구가 감소하는 지역이며, 현재 관내 아파트의 공급과잉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과연 주상복합 또는 오피스텔의 분양이 성공할지 여부는 너무나 불투명하다.

셋째, 관광문화도시 유성의 지리적 특성을 살리는 사업기획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유성은 과거 국내에 손꼽히는 유명한 신혼여행지였고 관광지였으며, 현재는 각종 기관과 회사의 연수와 전시교류 활동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MICE산업의 중심지로 성장하고 있다. 유성복합터미널은 단지 버스 승객들이 모이는 장소에서 더 나아가 유성이라는 지역의 특성과 어울려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바로 ‘관광과 문화’이다.

따라서 필자는 우리가 10년 앞을 내다보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서 유성복합터미널 위에 “국민전시박물관”을 넣어 보자는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국민전시박물관이란 한마디로 ‘누구든 무엇이든 창작하거나 수집해 온 물건들을 전시하고 교류하며, 거래하는 전국에서 유일한 문화공간’으로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SBS TV 유명 프로그램 ‘세상에 이런일이’에 보면 숨어 있는 황금손(고수)과 수집가들이 널려 있다. 그런 개개인들이 평생 동안 만들어 왔고, 모아 온 작품들을 진열하고 서로 토론하고 거래하는 오프라인 플랫폼을 구축하자는 의견이다.

방송을 보면 세계 화폐 수집가, 부엉이 인형 수집가, 병뚜껑 수집가, 모형함선 제작자, 미니어처 조각가, 움직이는 레고 전문가 등 숨은 고수들이 널려 있는데도 그들이 자신의 끼를 유감없이 발휘할 만한 멍석(?)은 국내에 단 한 곳도 없다는 사실에 주목해 볼 필요성이 있다.

유성복합터미널 조성사업에 국민전시박물관을 넣어보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이제는 문화·예술의 시대이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문화·예술의 콘텐츠 시대’이기 때문이다. 콘텐츠만 좋으면 요즘 사람들은 구름같이 모이고 돈을 아끼지 않고 쓴다. 필자가 지역의 수출기업들과 함께 해외 무역전시회를 다녀 본 경험을 보면 2017년께까지는 기술기업 전시관에 외국 현지인들이 몰렸지만, 2018년부터는 확실히 콘텐츠기업 전시관에 몰리는 변화된 경향을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모두가 재주꾼이다. 각자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취미나 소일거리로 오랜 기간 연마해 온 솜씨는 실로 대단한 것이 많다. 그런 작품들은 충분히 가치있는 것으로 평가받아야 하며, 세상에 나올 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손재주가 좋은 국민을 두고 있는 국가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둘째, 문화관광분야의 국비지원 예비타당성조사 사업에 신청하여 선정될 경우 최소 약 300억원 이상의 중앙정부 예산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타 시도의 예비타당성 조사사업 신청이 대부분 건설이나 토목 등 SOC분야에 치중되어 있는 현실에서 나름 특색있게 ‘대형 문화관광사업’을 기획하여 신청을 하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

셋째, 유성의 지역적 특성과 잘 어우러지는 시너지 효과를 분명히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유성은 관광문화 도시이다. 전국 유일의 ‘국민전시박물관’이 들어서면 전국의 거의 모든 국민들이 자녀 학생들의 손에 이끌려서 또는 개인적인 취미나 호기심으로 가족, 친구들과 유성을 찾을 것이고, 그러한 수요는 자연스럽게 유성에 머물다 가는 형태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전시박물관 이외에도 상가와 창업공간, 지식산업센터 등 부대시설은 적절히 공간을 안배하면 될 것이다. 물론 각각의 공간 구성의 핵심요소는 차별화, 특성화 전략으로 보다 많은 아이디어와 기획안이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과거 코로나가 창궐하기 직전까지만 해도 대전역이나 복합터미널 근처의 식당에 가면 전국에서 모여든 네이버 밴드 또는 다음 카페 회원들이 함께 어우러져 시끌벅적 떠들고 마시던 장소가 바로 대전이었다. 따라서 국내 교통의 중심지에서 유성이라는 관광문화 도심의 특징은 분명 전국의 국민을 한데 모으는 기회의 장소임에는 틀림없다.

유성복합터미널에 ‘누구든 무엇이든 - 국민전시박물관’이 들어서서 코로나가 종식된 후에는 온 국민의 사랑을 받는 전국에서 유일한 명소가 되기를 기대하는 마음과 함께 사업 성공을 위한 또 하나의 대안(선택지)으로 적극 검토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bws966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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