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지심도 ‘주민-행정’ 갈등 1년 만에 ‘일단’ 마침표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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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위 주재로 시·시의회·주민·환경부 조정서 서명
토지 사용 허가, 민박 영업 보장, 관광섬 개발 협조

거제시와 지심도 주민 대표는 1일 지심도 내 옛 국방과학연구소에서 국민권익위원회 주재로 상생방안 마련을 위한 조정서 협약을 체결했다. 현장에는 전현희 권익위원장을 비롯해 변광용 거제시장, 옥영문 거제시의회 의장, 홍정섭 환경부 자연보전정책관 그리고 서명봉, 옥정주 주민대표가 배석해 조정서에 서명했다. 거제시 제공 거제시와 지심도 주민 대표는 1일 지심도 내 옛 국방과학연구소에서 국민권익위원회 주재로 상생방안 마련을 위한 조정서 협약을 체결했다. 현장에는 전현희 권익위원장을 비롯해 변광용 거제시장, 옥영문 거제시의회 의장, 홍정섭 환경부 자연보전정책관 그리고 서명봉, 옥정주 주민대표가 배석해 조정서에 서명했다. 거제시 제공

속보=관광섬 개발에 따른 토착민 이주를 둘러싼 경남 거제 지심도 주민과 행정 간 갈등(부산일보 2021년 5월 28일 자 11면 보도 등)이 꼬박 1년여 만에 일단락됐다. 국민권익위원회 중재로 조정안이 마련됐고, 양측이 이를 수용하면서 마침표를 찍었다.

거제시와 지심도 주민 대표는 1일 지심도 내 옛 국방과학연구소에서 권익위 주재로 상생방안 마련을 위한 조정서 협약을 체결했다. 현장에는 전현희 권익위원장을 비롯해 변광용 거제시장, 옥영문 거제시의회 의장, 홍정섭 환경부 자연보전정책관 그리고 서명봉, 옥정주 주민대표가 배석해 조정서에 서명했다.

조정서에 따라 거제시는 지심도 내 거주를 원하는 주민에게 2006년 이전 국방부 자료에 기재된 면적만큼 토지 사용을 허가한다. 반대로 이주를 원하는 경우, 토지보상법을 준용해 보상한다.

또 민박 운영 원하는 주민은 건축물대장의 면적에 대해서만 영업하고, 민박을 포기한 주민에게는 옛 국방과학연구소 상업시설의 운영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시의회와 환경부는 주민이 지심도에 계속 거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면서 시에서 추진하는 관광명소화 사업에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 이밖에 세부 시행사항은 향후 별도의 합의서를 작성한다.

거제시는 이번 조정 체결을 계기로 주민과 함께 지심도 고유의 자연과 역사를 기반으로 하는 생태·치유의 섬 개발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옛 국방과학연구소를 거점으로 유휴시설과 역사자원을 연계하고 섬 여행 트렌드를 반영한 콘텐츠를 접목해 지역의 대표 관광지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변광용 시장은 “앞으로 지심도 주민들과의 상호 소통과 신뢰, 협의를 바탕으로 지심도가 ‘평화로운 섬’, ‘마음을 치유하는 섬’, ‘기억하는 섬’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지심도는 거제도 동쪽 해상에 자리 잡은 작은 섬이다. 전체 면적은 0.36㎢에 불과하지만, 국내에서 원시 상태가 가장 잘 유지돼 온 동백 숲을 품고 있어 ‘동백섬’이란 수식어가 붙었다. 부산일보 DB 지심도는 거제도 동쪽 해상에 자리 잡은 작은 섬이다. 전체 면적은 0.36㎢에 불과하지만, 국내에서 원시 상태가 가장 잘 유지돼 온 동백 숲을 품고 있어 ‘동백섬’이란 수식어가 붙었다. 부산일보 DB

지심도는 거제도 동쪽 해상에 자리 잡은 작은 섬이다. 국내에서 자연 상태가 가장 잘 유지된 동백숲을 품어 ‘동백섬’이란 수식어가 붙었다. 1936년 일본군이 섬 주민을 강제 이주시킨 뒤 병참기지로 사용하다 해방 후 주민들이 돌아와 정착했다.

그런데 정작 소유권은 국방부로 넘어갔고 이후 국회 청원 등 끈질긴 반환 노력 끝에 2017년 3월 소유권을 돌려받았다. 거제시는 지심도의 원시림을 그대로 보존·관리해 자연과 생태, 역사와 스토리가 어우러진 명품 테마 관광지로 조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하지만 주민 이주 갈등으로 답보 상태에 빠졌다.

현재 지심도에는 15가구가 터전을 일구고 있다. 대부분 관광객을 상대로 한 음식점과 민박, 3척의 도선 영업을 통해 생계를 잇는다. 이들은 1968년 국방부가 섬 전체를 강제 수용하면서 토지 사용료를 지불해 왔다. 때문에 집단 이주를 시킨다면 거제시가 할 수 있는 보상은 건물 감정가뿐이다. 다른 곳에 새 터전을 일구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주민이 거부하자 거제시는 강경 대응 카드를 꺼냈고 갈등 골이 깊어졌다. 섬 내 ‘불법과의 전쟁’을 선포한 시는 대대적인 불법 점검에 나서 불법 증축, 무신고 영업, 무허가 산지 전용, 공유재산 임의변경 등 각종 위법 사항을 확인했다. 이후 공개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 개선’을 공언하며 압박 수위를 놓였다.

거제시와 지심도 주민 대표는 1일 지심도 내 옛 국방과학연구소에서 국민권익위원회 주재로 상생방안 마련을 위한 조정서 협약을 체결했다. 현장에는 전현희 권익위원장을 비롯해 변광용 거제시장, 옥영문 거제시의회 의장, 홍정섭 환경부 자연보전정책관 그리고 서명봉, 옥정주 주민대표가 배석해 조정서에 서명했다. 거제시 제공 거제시와 지심도 주민 대표는 1일 지심도 내 옛 국방과학연구소에서 국민권익위원회 주재로 상생방안 마련을 위한 조정서 협약을 체결했다. 현장에는 전현희 권익위원장을 비롯해 변광용 거제시장, 옥영문 거제시의회 의장, 홍정섭 환경부 자연보전정책관 그리고 서명봉, 옥정주 주민대표가 배석해 조정서에 서명했다. 거제시 제공

주민들은 일부 실정법을 어긴 것은 인정하지만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항변했다. 특히 이를 뻔히 알고 묵인해 온 거제시가 이제 와 문제 삼는 것은 개발을 밀어붙이기 위한 명분 쌓기에 불과하다며 맞섰다.

중재에 나선 권익위는 주민 거주를 전제로 3가지 조정안을 내놨다. 하지만 거제시는 ‘현행법상 지심도에 주민이 거주하는 것 자체가 안 된다. 개발 사업과 관계없이 주민 이주는 불가피하다’고 선을 그었다. 거주를 위해선 불법 건물을 양성화해야 하는데, 환경부 승인과 시의회 의결을 거쳐 공유지를 매각해야 한다. 그런데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은 불법 양성화를 위한 행정재산 처분을 못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논쟁이 가열되자 변광용 시장이 한발 물러섰다. 시민 공청회를 자청한 변 시장은 “주민 강제 이주는 없다”고 못 박고 “지역사회와 함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상생 모델을 찾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권익위 주관으로 민·관 협의체를 구성한 끝에 겨우 접점을 찾았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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