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스케이프] 신춘수 한국뮤지컬제작사협회장 "전세계로 뻗는 'K뮤지컬' 조석 놓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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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는 못해. 우리 모두가 해야 하는 일이야.”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는 지난해부터 사단법인 한국뮤지컬제작사협회(이하 협회) 활동을 시작하면서 후배 프로듀서들에게 ‘모두의 일’임을 강조했다. 연일 매진사례를 기록 중인 뮤지컬 ‘지킬앤하이드’(2022년 5월 8일까지 샤롯데씨어터)를 비롯해 ‘맨오브라만차’ ‘드라큘라’ ‘스위니토드’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닥터지바고’ 등을 성공으로 이끈 제작사 오디컴퍼니 대표이기도 한 신춘수 회장은 스스로의 표현처럼 “현역 뮤지컬 프로듀서 중 누구보다 바쁜 사람”이다.
정치적인 성향을 지니지도, 나서는 데 적극이지도 않은 성향의 그가 “개인적으로 굉장히 맞지 않는” 협회장을 맡아 “후배들과 호흡하면서 만들어 나가자” 마음먹은 것은 “뮤지컬의 장르 독립, 기준이 명확한 가이드라인 마련, 합리적인 선순환구조의 제작시스템 구축,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제도마련 및 정책 제안 등을 바탕으로 한 산업화 그리고 해외진출을 통한 시장 확대를 위해서다.”
이를 위해 신춘수 회장을 비롯해 선배, 현역, 후배 프로듀서들이 힘을 합쳐 “대화를 시작했다.” 엄홍현 EMK뮤지컬컴퍼니 대표와 최은경 신시컴퍼니 대표가 부회장으로, 연우무대 유인수·에스앤코㈜ 신동원·네오 이헌재·HJ컬쳐 한승원·라이브 강병원·에이콤 윤홍선 대표가 상임이사로, 에이콤 윤호진 총예술감독·PMC프러덕션 송승환 총예술감독·신시컴퍼니 박명성 예술감독·에스엔코 설도윤 예술감독이 고문으로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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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걸릴 거라는 걸 알아요. 모두의 이해관계가 다르고 적지 않은 시간 동안 (관행처럼) 이어온 것들이 있으니까요. 이걸 지금까지 성장하면서 단 한번도 제대로 얘기를 나눠본 적이 없어요. 이제부터라도 많은 대화를 나눌 겁니다.”
◇뮤지컬, 그 장르의 독립을 위하여
“뮤지컬은 정책적 입안도, 공연법상으로도 여전히 연극의 하위 단위에 속해 있어요. 오랫동안 연극과 동일 개념으로 순수예술 분야로 인식돼 왔죠. 하지만 뮤지컬은 태생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게, 어찌 보면 어느 정도의 재력을 갖춘 중산층을 겨냥해 만든 장르예요. 미국의 브로드웨이나 영국의 웨스트엔드는 철저히 자본으로 움직이고 있죠.”
이어 신 회장은 “게다가 지금 현재 대한민국 전체 공연예술 시장의 70% 이상을 뮤지컬이 차지하고 있다”며 “이제는 콘텐츠 산업으로 가야할 때”라고 덧붙였다.
“정부도, 정책 입안자들도 뮤지컬 시장 자체를 깊게 들여다 본 적이 없어요. 공연을 베이스로 콘텐츠 산업으로 간다는 건 산업적으로 정리해야할 부분이 존재한다는 의미죠.”
산업으로 가기 위한 출발점은 장르의 독립 그리고 투자와 제작 시스템의 체계화 및 선순환 구조 구축이다. 뮤지컬은 지난 3월 김승수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연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 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하면서 독립 장르로 분리·표기할 수 있게 되면서 산업으로 가기 위한 첫발을 내딛었다.
“전체 공연예술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뮤지컬은 콘텐츠 산업치고는 작은 시장이에요. 그만큼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시장이죠.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의 뮤지컬은 관광상품으로 미국, 영국 정부에서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해 발전시키면서 어마어마한 고용 창출도 이뤄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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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곤 “누구도 들여다보지 않았지만 한국의 뮤지컬 역시 지금까지 그런 역할을 해왔고 앞으로 더 큰 고용창출을 할 가능성을 가진 유일한 공연장르”라며 “정부 역시 그런 시점에서 바라보고 산업화시켜 K뮤지컬이 K드라마·영화·팝처럼 시장을 넓힐 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부연했다.
“충실한 시장조사를 거쳐 제대로 정책을 입안해 산업으로 키우게 되면 뮤지컬 종사자들, 시장 진입을 위해 공부하는 학생이나 전공자들에게는 기회의 장이 될 거예요. 지금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뮤지컬은 순수예술이 아니라 상업적이고 산업적인 공연예술로 인식돼야 하고 시장확대를 통한 산업화 노력도 이어져야 하죠. 그에 맞는 정부 부서가 마련되고 지금까지의 정책 전환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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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를 통한 가이드라인 마련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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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각 군별 단체가 없어서 공식적으로 협상할 대상은 없지만 합리적으로 앙상블들의 미니멈 캐런티 보장, 계약상 문제 해결을 비롯해 창작진들, 제작사, 투자사 등의 권리를 보호하는 가이드를 계속 낼 거예요. 각 부문별로 대표하는 조직이 없어서 오히려 고민이 많아요. 균형감 있는 내용을 그들에게 전달하고 하나하나 정리할 생각입니다.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합리적인 제작방식에 다 들어있어요. 제작사는 물론 배우, 작가, 스태프 등이 시장에서 상생한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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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존중하지 않는 분위기와 그로 인한 불신의 팽배는 한국 뮤지컬 업계의 고질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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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직접 대화를 많이 할 거예요. 미국은 50분 연습하고 무대감독이 호루라기를 불어 휴식시간을 무조건 가져요. 배우도, 창작진도 싫지만 약속했기 때문에 존중하는 거예요. 그런 미국처럼 할 수는 없어요. 한국형을 만들어야죠.”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