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유일의 여자 중등 배구부' 부평여중 “진심으로 배구를 사랑합니다”

이정원 / 기사승인 : 2022-01-30 15: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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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유일의 여자 중등 배구부가 있다. 바로 30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부평여자중학교다. 부평여중은 2021년, 창단 후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2021년에만 4관왕을 차지하며 여중부 최강자로 우뚝 섰다. 최고의 활약을 펼친 그들을 지나칠 수 없었다.

 



인천 배구의 명맥을 잇는
인천의 자존심 부평여중

부평여중은 1970년 3월에 개교했다. 인천에 단 하나 있는 여자 중등 배구부다. 인천 유일 여자 초등 배구부 영선초를 졸업한 배구부원들은 모두 부평여중으로 온다. 부평여중은 김현 감독, 안지화 코치 체제를 꾸리고 있다. 김현 감독과 안지화 코치는 2019년부터 부평여중 배구부 감독, 코치를 맡고 있다. 인천 출신인 안지화 코치는 실업 시절 KT&G에서 세터로 활약하다 은퇴한 뒤 영선초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 부평여중으로 자리를 옮겼다. 또한 안지화 코치와 더불어 이성우 코치도 협회 지도자로 등록이 되어 있다. 이성우 코치는 본업이 따로 있다.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실업팀 현대제철 소속으로 대회도 출전한다. 2006년부터 2011년까지 V-리그 다섯 시즌을 소화하기도 했다. 참고로 안지화 코치와 이성우 코치는 부부다.

2021년 부평여중 배구부원은 총 11명이었다. 주장 미들블로커 송은채와 이은교, 세터 손혜진, 윙스파이커 박지유와 박혜민이 3학년 라인을 꾸리고 있다. 3학년 다섯 명은 2022년에 옆에 있는 인천 유일의 여자 고등 배구부 부개여고로 진학할 예정이다. 중간 라인에는 미들블로커 김민영과 이설아, 세터 김양희가 포진되어 있다. 막내 라인에는 윙스파이커 홍다은과 이혜수, 아포짓 스파이커 이혜정이 있다.

부평여중은 2021년 창단 후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무려 4관왕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부평여중은 제76회 전국남녀종별선수권대회 겸 제50회 전국소년체육대회, 제32회 CBS배 전국남녀중고배구대회, 2021 태백산배 전국남녀중고배구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특히 태백산배에서는 예선부터 결승까지 상대에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는 ‘무실세트 우승’ 진기록을 세웠다.

네 차례나 정상의 쾌거를 만끽한 김현 감독은 “배구부원이 서로를 신뢰하고 해낼 수 있는 믿음을 가졌다. 경기 때 고비가 생겨도 서로 ‘할 수 있다’라고 격려를 많이 했다. 하나가 되었던 게 다관왕의 비결이 아닌가 싶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3학년 모든 선수들이 제 역할을 해줘서 고맙다”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김현 감독도 안지화-이성우 코치진처럼 배구를 통해 부부의 연을 맺게 됐다. 김현 감독의 아내는 현재 천안봉서중 배구부의 김하나 코치다. 김 감독은 “난 전문 배구인이 아니지만, 대학 시절 인하대 배구동아리 ‘에이스 리베로’로 활동했다. 또한 지금도 배구 동호회 활동을 하고 있다. 와이프도 배구인이다. 나의 배구 사랑이 이 정도다”라고 미소 지었다.

요즘 학교 스포츠의 모토는 ‘공부하는 운동선수’다. 학생들의 성적이 어떤지 묻자 김현 감독은 “대부분이 중간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몇몇 선수들은 중·상위권을 유지하는 중이다”라며 “또한 우리 학교 교훈이 ‘깊은 생각, 바른 행동’이다. 학생들에게 인성을 강조한다. 교내 성적, 배구 실적도 중요하지만 상대팀에 대한 예의와 겸손도 중요하다”라고 힘줘 말했다.



 

부평여중은 주장이자 에이스 송은채를 중심으로 한 공격이 무서운 팀이다. 또한 영선초 시절부터 안지화 코치는 기본기 훈련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탄탄한 기본기로 여중부를 평정했다.

“우리 팀 컬러는 기본기 충실이다. 화려한 공격, 뛰어난 에이스 선수도 있지만 배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을 얼마나 잘 이행하느냐다. 또한 안지화 코치님이 초등학교 때부터 학생을 직접 선발하고 기본기를 잘 가르쳐 주셨다.” 김현 감독의 말이다. 

 

어려움이 있어도 이겨낸다
배구에 대한 열정과 사랑으로

어려움이 없는 건 아니다. 영선초, 부개여중, 부개여고까지.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선수들과 지도자들은 원활한 소통으로 연계도 잘하려 노력 중이다. 그와 별개로 인천 지역에서 배구를 하는 선수가 점차 줄고 있는 건 사실이다. 이는 거의 매해 반복된다. 선수들이 타 지역으로 떠난다. 그러다 보니 부평여중 졸업 후 프로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가 IBK기업은행 박민지 한 명뿐이다. 현대건설 고예림도 부평여중을 다니긴 했지만 졸업은 이 학교가 아닌 서울 중앙여중에서 했다.

안지화 코치는 “매년 초등학교에서 열심히 해줘서 졸업생들이 올라오기는 한다. 하지만 지역 클럽이나 생활 체육에서 도움을 주지 않아 선수가 부족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다른 지역으로 스카우트 받아 떠나는 학생들도 있다. 요즘 학부모님들은 기숙사 있는 배구부를 선호하는 편이다”라고 덧붙였다. 부평여중 배구부원들은 집에서 통학하고 있다.

이전과는 다른 코로나19 시대 속에서 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모든 훈련 여건과 규제가 심해지는 건 당연하다. 또한 학생 선수들의 국내 대회 및 국제 대회 출전할 기회가 점차 사라지려고 한다.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혁신위원회 권고에 따라 현재 학생운동선수 출석 인정 결석 허용일수는 중학교는 15일이다. 2022년에는 10일, 2023년에는 0일이 된다.  

 


김현 감독은 “전국에 있는 모든 학교 지도자, 감독 선생님들은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게 까다로워졌다. 대회 2~3일 전에 취소가 되거나 인정 결석 수업일수가 15일 밖에 없다는 점이 아쉽다”라고 토로했다.

또한 부평여중에는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도 많다. 김현 감독은 “학교에서는 많은 신경을 써주고 계신다. 다만 학교 지원 외 지역이나 기업의 후원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새로운 장학생 선발 제도도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소망했다.


힘든 순간이 있어도 부평여중은 희망과 미소를 잃지 않으려 한다. 안지화 코치는 영선초 시절부터 지금 있는 부원들과 쭉 인연을 맺어왔다. 안 코치는 “마음으로 다가가서 진심으로 지도하고 싶었는데 잘 안될 때가 많았던 것 같다. 그래도 흔들리지 않고 따라와 주는 모습에 고마웠다. 나도 더 강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현 감독도 “우리 부원들은 사춘기 여자아이들답게 매우 시끄럽고 분위기가 밝다”라며 “우리 아이들이 진심으로 배구를 사랑했으면 한다. 운동하면서 극복하기 힘든 상황이나 슬럼프가 왔을 때 배구 사랑으로 극복하길 바란다. 요즘 배구를 시작하고 싶다는 일반 학생 학부모들에게 전화가 올 정도로 배구 인기가 뜨겁다. 지금처럼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배구를 사랑하며 운동하길 바란다”라고 기원했다.

<더스파이크>가 방문했을 때도 학생들의 배구 열정과 사랑이 뜨거웠다. 언제나 즐겁고, 환하게 자신들의 어릴 적 추억을 만들고 있는 부평여중 배구부. 프로로 가는 그날까지, 그들의 앞으로 여정에 꽃길만이 가득하길 응원한다.


‘선수들의 어머니’ 안지화 코치
“반항기와 사춘기, 이제 익숙해요”

Q. 코치님과 배구부에 대한 간단한 소개 좀 부탁드려요.
저는 2019년부터 부평여중에서 배구를 지도하고 있는 안지화 코치입니다 저도 부평여중을 졸업했어요. 부평여중은 많은 선배님들을 배출시킨 인천 지역 중학교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학교입니다.

Q. 배구부를 운영하면서 애로사항은 없었는지요.
초등학생을 지도하다 처음 중학생을 지도했을 때는 성장 과정에서 오는 반항기와 사춘기 때문에 마음 다치는 일이 생기더라고요. 힘들었지만 이제는 ‘아, 그런 시기가 또 왔구나’라고 생각합니다. 익숙해졌습니다.

Q. 선수들에게 언제 가장 고마움을 느끼시나요.
요새는 선수들 이적이 많아요. 그런데 올해 인천 출신 선수들로만 구성되어 좋은 성과를 내었다는 게 더 감동적이고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특히 3학년 선수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함께 했기에 그 끈끈함과 믿음의 깊이가 남다른 아이들입니다. 서로를 의지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코트에서 큰 힘이 되었던 것 같아요.

Q. 우리 제자들이 어떤 선수로 성장하길 바라나요.
항상 겸손하고 배구를 즐길 줄 아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선수가 되길 바랍니다.

Q. 선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3학년들에게 먼저 한 마디 하고 싶어요. 지금처럼 서로 끈끈하고 밝은 모습 변하지 않기를 바란다. 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함께 하면서 너희가 성장하고 좋은 선수로 자라는 모습 지켜볼 수 있어 영광이었다. 앞으로도 너희들의 빛나는 순간을 응원할게. 남은 후배들도 언니들 의지와 투지를 배웠으면 좋겠어. 스스로 생각하는 배구, 즐기는 배구하기 위해 같이 노력하자. 2022년도 열심히 준비해 보자. 

 


부평여중 핵심 손혜진 & 송은채
“유서연, 눗사라 닮고 싶어요”

Q. 배구를 하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혜진 초등학교 3학년 때 운동을 좋아해서 맨날 공차면서 놀았어요. 마침 담임 선생님이 배구부 감독님이셨는데, 감독님의 권유로 배구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은채 저는 초등학교 방과후 수업 줄넘기부를 했는데, 그때 강사님께서 배구를 권하셨어요. 이후 재미있고 제 적성에 잘 맞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이제 고등학교로 가게 될 텐데, 어떤 선수로 성장하고 싶나요.
혜진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늘 겸손하겠습니다. 

은채 언제나 팀에 도움이 되고 싶어요. 언니들, 동기들이랑 으쌰으쌰해서 부개여고도 강팀이라는 걸 알리고 싶어요.

Q. 롤모델이 있나요.
은채 유서연 선수요. 수비도 잘 하고, 공격 때릴 때 센스가 너무 좋은 것 같아요. 경기할 때 모습도 멋져요. 커서 유서연 같은 선수가 되고 싶어요.

혜진 태국 눗사라 톰콤 선수요. 빠른 패스와 볼 분배, 경기 운영을 잘 하기 때문이에요.

Q. 자신의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혜진 제 장점은 딱히 없는 것 같은데(웃음), 그래도 열심히 하려고 하는 게 장점인 것 같아요. 멘탈이 약한 게 단점입니다. 

은채 긍정적인 마인드와 코트 위 밝은 모습이 장점인 것 같아요. 단점은 감정이 표정에 너무 잘 드러난다는 점이에요. 포커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Q. 마지막으로 팀의 새로운 주장, 주전 세터가 되는 김양희 선수에게 한마디 해준다면요.
은채 주장이라는 자리가 책임감도 있어야 하고, 힘들겠지만 잘 할 수 있을 거야. 믿어. 일 년 동안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 내길 바라. 고등학교에서 보자. 

혜진 힘들어도 포기하지 말고 지금처럼 열심히 하고 즐기면서 했으면 해. 

 


IBK 박민지가 후배들에게
"지금 코로나19 때문에 운동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잘 이겨내고 좋은 고등학교로 가서 좋은 선수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물론 운동도 중요하고, 친구와의 추억도 중요하지만 본인들이 할 수 있는 공부도 손 떼고 있지 않았으면 해요. 부평여중이 배구로 이름을 알릴 수 있게 저도 제자리에서 열심히 노력할게요. 우리 후배들도 본인이 할 수 있는 선에서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운동과 공부 그리고 10대의 좋은 추억 모두 다 간직하고, 뭐든 잘하는 부평여중이 되길 바랄게요. 부평여중 배구부 파이팅!"

글. 이정원 기자
사진. 박상혁 기자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1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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