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바로가기

기사 상세

문화

훈풍 부는 미술관 산책, 예술 봄맞이 해볼까

이승연 기자
입력 : 
2022-03-15 11:29:18

글자크기 설정

봄이 오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다. 추위가 한풀 꺾여 봄의 햇볕을 누리려는 사람들에게도, 봄꽃 구경 대신 집콕을 선택한 이들에게도 짧은 봄을 보내기 아쉬운 것은 매한가지. 이럴 땐 주말에라도 짬을 내서 통통 튀어 오를 것만 같은 ‘봄’ 테마 작품을 만나보는 건 어떨까. 예술 작품 사이를 거닐며 예상치 못한 봄의 훈풍을 느낄 수 있는 곳들을 소개한다.



▶색의 도시에서 태어난 테레사 프레이타스의 시선

▷‘어느 봄날, 테레사 프레이타스 사진전: Springtime Delight’

사진설명
꽃이 가득한 들판, 도심의 화사한 거리들. 생각만해도 설레는 ‘봄’의 풍경을 주제로 한 전시가 여의도 더현대 서울 ALT.1에 마련됐다. ‘어느 봄날, 테레사 프레이타스 사진전: Springtime Delight’가 바로 그것. 테레사 프레이타스는 리스본에서 태어나 포르투갈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는 작가로, 실험적인 과정을 통해 색채의 풍부함을 고찰하고 소재에 개념적으로 접근한 작품을 선보여 왔다. 생동감 있는 상상력을 기반으로 자연, 여행, 건축, 꿈 등을 마치 동화처럼 연출하고, 마치 파스텔의 화려함으로 가득찬 영화 속을 걷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작가는 겐조, 클로에, 디올, 어도비, 넷플릭스, 몽블랑, 팬톤 등 유명 브랜드와의 많은 협업을 진행해 왔는데, 특히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팬들과도 활발한 소통을 해와 MZ세대가 사랑하는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사진설명
ⓒTeresa Freitas, Subject Matter Art, and Artemios/CCOC - Inside the Maze, 2019, ⓒTeresa Freitas, Subject Matter Art, and Artemios/CCOC - Neighbourhood Layers, 2018
이번 ‘어느 봄날, 테레사 프레이타스 사진전: Springtime Delight’는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작가의 단독 사진전으로, 테레사 프레이타스의 따뜻한 파스텔톤의 작품을 통해 봄의 풍경과 봄날의 달콤한 꿈 같은 순간들을 맛볼 수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작가가 직접 전시기획을 포함해 비쥬얼 디렉터로서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전해진다. 전시 공간은 작가의 시선에서 본 ‘어느 봄날’의 감성이 6개 섹션, 다양한 키워드로 나누어져 있다. 첫 번째 섹션 ‘꽃 사이 사이Among the Flowers’는 ‘봄’ 하면 떠오르는 ‘꽃’을 주제로 관람객들을 봄의 들판으로 초대한다. 핑크뮬리를 포함한 화사한 꽃들과 그 사이를 노니는 듯한 연출을 통해 작가가 바라본 ‘어느 봄날’의 시작을 보여준다. 두 번째 섹션 ‘봄의 꿈Spring Dreams’은 테레사 프레이타스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세상이다. 테레사 프레이타스는 평소 가장 좋아하는 작가로 마그리트를 뽑을 정도로, 그녀의 꿈 같은 파스텔 세계는 그 연출 방법에 있어 르네 마그리트에 큰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마그리트의 ‘진정한 시적인 캔버스는 깨어 있는 꿈이다’는 말처럼, 두 번째 섹션에서는 테레사 프레이타스가 표현한 신비롭고 비현실적인 요소들을 통해 꿈 속 봄의 원더랜드를 만나볼 수 있다. 그 밖에도 이번 전시에선 테레사 프레이타스의 고향인 포르투갈의 전경을 담은 사진들과, 제2의 고향으로 꼽는 샌프란시스코의 봄을 담아낸 섹션, 그리고 기하학적인 형태와 특유의 색감으로 많은 포토그래퍼들이 사랑하는 공간이자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등장하는 세트장과 흡사해 화제가 된 스페인 칼페의 건축물 ‘라 무라야 로하’를 닮은 포토존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일부 섹션에서는 작품 속에 들어간 듯, 만개한 봄날을 느낄 수 있는 포토존과 미디어 작품을 마련해, 팬데믹 상황과 겨우내 얼어붙어 있던 관람객들에게 봄날의 따스함과 화사한 추억을 안겨줄 예정이다.

Info 전시 기간 ~2022년 4월24일(일) 장소 더현대 서울 6F ALT.1

Info 관람 시간 월~목 10:30~20:00, 금~일 10:30~20:30 *더현대 서울 월별 휴무일 상이, 현대백화점 공식 홈페이지 참고



▶분출하는 에너지의 힘을 느끼다

▷필립 할스만 사진전 ‘점핑 어게인’

사진설명
Audrey_Hepburn_1955 PhotoⓒPhilippe Halsman, Halsman_self_portrait_1950 PhotoⓒPhilippe Halsman
『LIFE』 매거진 표지를 101번 장식한 작가이자, 포토 저널리즘의 거장인 필립 할스만. 그는 최고의 촬영 기술과, 기술적 완성도를 바탕으로 자신의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한 대가이다. 그는 어느 순간부턴가 모델들이 사진 촬영을 준비할 때 긴장감으로 인해 포즈가 바뀌게 된다는 것을 알았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할스만은 사진을 찍기 전의 3초를 ‘0’으로 줄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가장 결정적인 순간을 포착하려면 즉각적으로 촬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점프학(Jumpology)’이었다. 점프를 하게 되면 갑작스럽게 분출하는 에너지의 힘으로 중력을 거스르게 되어 표정과 얼굴 등을 제어할 수 없게 된다. 이 순간에는 가면이 벗겨지고 진정한 자아가 나타난다고 생각한 필립 할스만은 그런 순간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는 마릴린 먼로(Marilyn Monroe), 오드리 햅번(Audrey Hepburn), 마르크 샤갈(Marc Chagall), 리차드 닉슨(Richard Nixon) 대통령 등 당대의 유명 인사들의 점프 사진을 찍었다. 점프하는 사진은 생동감과 에너지가 넘쳐난다. 사진 속 주인공들에게 으레 기대되는 위엄이나 우아함은 없다. 대신 모두 밝게 웃으며 천진난만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여배우와 대통령에게 점프를 요구하는 대범함, 불가능해 보이는 사진을 완성하는 도전정신 등 필립 할스만이 가지고 있는 능력은 현대인들에게도 여전히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유명인의 점프 사진, 인물 사진뿐만 아니라 카메라와 필립 할스만의 상상력 그리고 그만의 연출로 만들어낸 매력적인 순간을 담아낸 작품도 공개된다. 인간의 얼굴이 깊은 매력을 가졌다고 생각한 필립 할스만은 주로 상반신이나 얼굴을 클로즈업한 사진을 많이 찍거나 실내에서 연출에 의한 촬영을 즐겼다. 이처럼 전시에서는 다양한 실험을 통해 탄생한 필립 할스만의 새로운 리얼리티 사진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그동안 전시회에서 한 번도 공개된 적 없던 필름 시트 이미지도 선보인다. 단 한 장의 사진을 찍기 위해 찍었던 수많은 순간, 필립 할스만의 카메라에 찍힌 찰나의 순간들은 어떤 모습일까. 할스만의 작업 과정과 더불어 그 속에 숨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아볼 수 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잠시 멈춘 지금, 151점의 사진을 통해 긍정적인 에너지와 도전정신을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을 만나보자. 모두에게 필립 할스만의 사진은 희망과 용기의 메시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Info 전시 기간 ~2022년 4월3일(일) 장소 K현대미술관 2층

Info 관람 시간 10:00~19:00(18:00 입장 마감) *매주 월요일 휴관



▶인싸 모험가들의 필람 전시

▷‘우연히 웨스 앤더슨: 어디에 있든, 영감은 당신 눈앞에 있다’

사진설명
Dave Kulesza ‘Kaeson Station’(North Korea), 전시 전경(사진 미디어앤아트)
인스타그래머블한 인증샷 사진으로 최근 인기를 얻은 ‘인싸 전시’가 있다. Accidentally Wes Anderson(이하 AWA)의 국내 최초 대규모 전시 ‘우연히 웨스 앤더슨: 어디에 있든, 영감은 당신 눈앞에 있다’ 전이 올해 6월까지 성수동에서 관람객들을 찾는다. 이곳은 색다른 여행을 꿈꾸는 모험가들은 물론, 환상적인 현실 공간을 통해 영감을 얻고자 하는 이들에게도 필람 장소가 되어가고 있다. 그 시작엔 AWA 프로젝트가 있다. 150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AWA는 지구에서 가장 흥미로운,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장소를 탐험하는 뉴욕의 아티스트 집단이다. 프로젝트는 2017년 미국 브루클린에서 월리와 아만다 코발(Wally & Amanda Koval) 부부가 여행 계획 버킷리스트를 구상하면서 시작되었다. 이들은 현실 속에서 우연히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에 등장할 법한 장소를 마주치게 됐다. 그리고 이를 동명의 인스타그램(@accidentallywesanderson)에 업로드했다. 점차 계정이 이름을 알려가기 시작하며 이들은 직접 찍은 사진은 물론, AWA가 ‘모험가’라고 부르는 전 세계의 팔로워들로부터 제보받은 이미지를 피드에 올리며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흥미로운 장소를 큐레이팅하며 커뮤니티를 전 세계의 가상 모험에 참여시키는 AWA의 가장 큰 미션은, 이들이 ‘모험가’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영감을 주는 것이다.

본 전시 역시 세계 각지의 비밀스러운 장소를 모험하는 이들의 여정에 동참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으며, 이름처럼 우연히 마주한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같은 사진 작품들을 500평 규모의 전시장에서 여행하듯 관람할 수 있다. 전시는 여행의 10가지 키워드(△Welcome Adventurers, △Open Your Album, △Mind the Gap 등)로 큐레이션했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대칭 구조, 시선을 끄는 강렬한 무늬, 그리고 알록달록 파스텔 색감의 이미지 등이 그 장소에 얽힌 이야기와 함께 소개된다. 어떤 작품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지역의 연극 무대일 수도 있고, 어떤 작품에는 어쩌면 당신이 자주 다니던 길에 있는 건물이 담겨 있을 수도 있다. 관람객들은 그를 통해 마치 여행 앨범을 열어보는 느낌을 받기도 하고, 여행 중 묵었던 아름다운 호텔의 풍경이나 더 먼 곳으로 떠나는 여정을 떠올릴 수도 있다. 독특하고 아름다운 아카이브는 일상을 특별하게 바라보는 관점을 제안한다. 더불어 웨스 앤더슨 감독의 신작 ‘프렌치 디스패치’ 헌정 기념으로 AWA가 직접 현실 속 프랑스 앙굴렘을 모험한 기록을 만나볼 수 있다.

Info 전시 기간 ~2022년 6월6일(화) 장소 그라운드시소 성수

Info 관람 시간 10:00~19:00(18:00 입장 마감) *매주 첫째 주 월요일 휴관



More 연인과, 아이와 함께! 화제의 전시 소식 •디뮤지엄 서울숲 ‘어쨌든, 사랑: Romantic Days’ 2022년 3월16일~10월30일

사진설명
from Way Out, 2017, in collaboration with Jesse Chamberlin Marble ⓒJimmy Marble
참여형 전시로 2030 세대 사이에 화제가 된 미술관, 디뮤지엄에서는 오는 2022년 3월16일부터 10월30일까지 로맨스의 다양한 순간과 감정들을 사진, 만화, 일러스트레이션, 설치 등의 작품들을 통해 감각적으로 경험하는 전시 ‘어쨌든, 사랑: Romantic Days’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누구나 공감할 만한 7가지 사랑의 감정과 이야기를, 약 25명의 국내외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통해 새롭게 조망한다. K-콘텐츠를 대표하는 만화 거장들부터 1980~90년대 출생의 사적인 순간을 감각적으로 기록하는 포토그래퍼, 세계적인 브랜드의 러브콜이 끊이지 않는 일러스트레이터 등이 바라보는 ‘사랑의 감정’은 무엇일까. 우리의 감수성과 상상력을 섬세하게 자극하는 순정만화 같은 컷들을 시작으로 한 전시는 수줍게 찾아온 첫사랑의 순간부터 미칠 것 같이 뜨거웠던 열병의 순간, 애타게 기다렸던 재회의 순간, 잡힐 듯 그리고 마침내 온전한 나로서 마주하는 순간에 이르기까지, 일곱 가지 로맨스의 감정을 복합적으로 담아낸다.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다양한 감각으로 느낄 수 있는 공간에서, 잠시 잊었거나 누구나 꿈꾸는 사랑의 다채로운 순간을 마주해보자.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내맘쏙: 모두의 그림책 전’ 2022년 3월27일까지

사진설명
서현, ‘호라이호라이’ 2021 ©사계절
가족과 함께, 친구와 함께, 연인과 함께 모두 즐길 수 있는 그림책 전시가 펼쳐진다. 한국 창작 그림책 작가 7명의 대표작들을 만나볼 수 있는 ‘내맘쏙: 모두의 그림책 전’은, 대중적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그림책’ 장르를 예술의 한 부분으로 인식하고 그 영역을 확장시킨다. 그림책은 인간이 성장하기 시작하면서 접하는 최초의 책이자 친숙한 매체이다. 각 시대의 모습에 작가의 상상과 해석을 더한 작품은 성장 전반에 영향을 주고 세대를 관통해 소통할 수 있는 문화 기반이 된다. 그림책 18권의 원화와 디지털 원작 200여 점을 통해 대중들에게 보편적이고 익숙한 그림책이 미술관에서 향유할 수 있는 문화 콘텐츠로 거듭나는 것을 목격할 기회다. 특히 ‘그림책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2021년 볼로냐 라가치상 ‘코믹스-유아 그림책’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한 이지은의 『이파라파냐무냐무』와, 지난 2월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 ‘스페셜 멘션’(우수상) 선정 및 두 차례에 걸쳐 미국 『뉴욕타임스』 ‘올해의 우수 그림책’에 선정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이수지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그림책도 함께 접할 수 있다.

•슈페리어 갤러리 ‘기안84 제1회 개인전’ 2022년 3월25일~4월5일

사진설명
자화상, 2021,Oil on canvas, 162.2 x 112.1 cm
태블릿에서 캔버스로, ‘웹툰작가’에서 ‘미술작가’라는 타이틀과 조우한 ‘기안84’의 첫 개인전이 슈페리어 갤러리에서 열린다. 웹툰, 예능프로그램, 유튜브 등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기안84가 ‘미술작가’로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 이번 개인전에서는, 그의 웹툰 작품 속 캐릭터인 ‘우기명’을 비롯한 다양한 소재들을 팝아트와 접목시킨 신작 18점을 선보인다. 세심하고 밀도감 있는 붓터치로 탄생된 기안84의 작품들은 작가의 새로운 예술적 면모를 보여준다. ‘패션왕’ ‘복학왕’ 등 지난 10여 년간 매주 웹툰을 연재해오며 기안84 작가는 작품을 통해 자신을 투영한 세계를 한 차례 만들었다. 이것이 또 다시 새로운 예술 영역의 도전으로 이어진 것. 이번 개인전에서는 기안84 작가가 자신의 인생과 캐릭터를 재해석하며, 자신의 내면과 감정 등을 담아낸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글 이승연 기자 사진 및 자료제공 ㈜씨씨오씨, K현대미술관, ㈜미디어앤아트, 디뮤지엄,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주)스타트아트코리아]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20호 (22.03.15)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