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진영]보복적 해외여행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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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에 유럽 가려는데 긴팔 챙겨야 하나요.”

“신혼여행 모리셔스로 가려고요. PCR 검사 결과서 안 내도 된대요.”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갑자기 늘었다. 정부가 해외 나들이의 걸림돌이었던 입국자 자가 격리를 면제한다고 발표하면서 2년 넘게 억눌려온 여행 욕구가 ‘보복적 해외여행’으로 분출하고 있다.

▷인터파크투어는 해외 입국자 자가 격리 면제가 발표된 11일부터 3일간 해외항공권 예약 건수가 전년 동 기간보다 873% 폭증했다고 밝혔다. 하와이 괌 사이판 같은 가까운 휴양지와 현지에서 격리를 면제해주는 스페인 스위스 등이 인기다. 국내 여행을 하려다 해외 여행지로 갈아타는 신혼부부, 목요일인 5월 5일 어린이날 전후로 짧은 여행을 계획하는 직장인, 항공권 가격이 오르기 전 여름휴가용 예매를 서두르는 발 빠른 여행객들의 문의 전화가 폭주하고 있다고 한다.

▷자가 격리 면제 대상은 접종 완료자다. 2차 접종 후 180일이 지나지 않았거나 3차 접종자, 2차 접종 후 코로나에 걸려 완치된 사람이 이에 해당한다. 접종 의무가 없는 12세 미만 소아·청소년과 의학적 사유로 백신을 맞지 못한 사람은 지금처럼 입국 후 7일간 격리해야 한다. 만 6세 미만 어린이는 동반 입국자가 접종한 경우 격리 면제다. 다음 달 1일부터는 해외 입국자도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

▷코로나 이전과는 여행 방식도 달라졌다. 백신 접종 영문 증명서, 유전자증폭(PCR) 검사 음성 확인서, 건강신고서 등 목적지에 따라 챙겨야 할 서류가 많다. 감염의 우려 탓에 현지에선 현금 대신 카드만 받는다. 여행객들은 패키지나 단체여행보다는 소규모 여행, 유명 관광지에서의 문화 체험보다는 외진 곳에서의 야외 활동을 선호한다. 지금까지 자가 격리 7일을 감수하고 다녀온 사람들은 현지에서 확진될 경우 든든한 의료시설이 있는지 따져보라고 조언한다.

▷코로나 이전엔 한 해 2871만 명이 해외여행을 떠났는데 지난해는 122만 명으로 쪼그라들었다. 해외 여행길이 막힌 사람들은 비행기를 타고 여행지 상공을 한 바퀴 돌고 면세품을 사서 돌아오는 ‘무착륙 해외여행’, 편의점에서 파는 기내식 도시락 사먹기, 구글어스의 ‘스트리트 뷰’를 활용한 ‘랜선 여행’으로 욕구를 달래 왔다. 비자카드의 최근 조사에서는 10명 중 3명이 “1년 안에 해외여행을 떠나겠다”고 답했다. 다음 달이면 세계보건기구가 전 세계에 발령했던 코로나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종료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컴퓨터 모니터로만 동경해온 풍경을 파란 하늘 아래에서 안전하게 확인할 수 있는 날이 어서 오기를 기대한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코로나19#여행 욕구#보복적 해외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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